다듬이

 다듬이는 어떤 것인지, 요전에 LINE으로 자료를 보내드렸으니까 어느 정도 아셨다고 생각합니다. 조금 더 자세히 해설하겠습니다.

 

 다듬이는 빨래가 다 된 빨래물을 구김살을 펴고 반드럽게 하는 것인데, 다림질에 해당합니다. 다듬이질은 일본에서도 한국에서도 옛날부터 존재했던 풍습인데, 일본에서는 메이지(明治)시대에 없어지고, 한국에서는 1970년대까지 다듬이질 풍습이 남아 있었지만 1980년대에 없어졌다고 보입니다. 그런데 재일교포 한국인 사회에는 1960년대까지 다듬이가 남아 있고 그것을 소재로 한 소설 1971년에 아쿠타가와상 (芥川賞)을 수상받았습니다.

 

하지만 1970년대에는 다듬이는 사라졌습니다. 그러니까 일본에서도 한국에서도 지금은 다듬이질을 볼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다만 아까 뉴스를 본 듯이 한국에서는 다듬이질 소리를 음악으로 연주하는 등 다듬이를 잊지 않도록 간신히 남기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다름이의 종류

 다듬이는 일본에서도 한국에서도 옷감을 감아서 두드리는 홍두깨() 다듬이와 옷감을 개키고 두드리는 다듬이, 두 종류가 있습니다.

 

일본 홍두깨 다듬이의 변화

 먼저 일본 다듬인데, 일본에서는 에마키모노(繪卷物-그림 두루마리)나 우키요에(浮世繪)등에 그려지는 예가 많아서 다듬이가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일본 홍두깨 다듬이는 17세기에서 19세기까지의 200년 동안에 걸쳐 자료 3페이지에 있는 것처럼 변화했습니다.

 

 첫번째@는 다듬잇돌 위에 홍두깨를 직접 놓는 것이고 두번째A는 홍두깨가 움직이지 않도록 받침틀을 설치. 세번째B 받칠틀이 좀 커져서 홍두깨는 다듬잇돌에서 떠오르게 됩니다. 네번째C는 받침틀이 기둥같이 길어지고 다섯번째D는 홍두깨 끝에 축을 달고 여섯번째E는 홍두깨 축을 기둥같은 판자 받침틀에 삽입(揷入)합니다. 일곱째F는 두 개의 판자 받침틀을 서로 지탱하기 위해 지탱목을 설치합니다. 이것이 마지막입니다. 일본 홍두깨 다듬이의 형태는 17세기에서 19세기까지의 200년 동안에 이렇게 변화했습니다.

 

그런데 일본 전통적 예능인 ()’를 창시한 사람이 제아미(世阿彌)인데, 그는 라는 곡을 만들었습니다. 이 곡은 지금도 볼 수 있는데 그 노() 무대에 사용되는 다듬이 도구가 3페이지에 있습니다. 이 다듬이는 네번째C의 홍두깨 다듬이에 해당하니까 1723년쯤의 형태입니다. 그러나 제아미는 여러분 아시가시피1400년쯤의 무로마치(室町)시대라서 300년이상의 차이가 있습니다. 이것은 이유가 있습니다. 제아미가 만든 곡 砧는 제작 직후에 상연(上演)이 중단되고 다시 상년된 것이 18세기 중반이라고 한다. 그때 일본에서 있었던 다듬이는 네번째C였으니까 이것을 본떠 노()의 무대 도구가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해서 다듬이의 변화는 노()의 역사도 밝힐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한국 다듬이

다음에는 한국 다듬이입이다. 한국에서는 다듬이의 역사를 더듬을 수 있는 자료가 적습니다. 19세기의 개항기(開港期)에 구미인이나 일본인들이 한국을 찾아왔을 때 사진을 많이 쩍었습니다. 그 사진 중에 다듬이질 사진이 있습니다. 5페이지에는 홍두깨 다듬이 사진이 있는데 홍두깨가 굴러 떨어지지 않도록 다듬잇틀이 설치되고 있습니다. 이 것은 일본 다듬이 역사에는 없어서 일본과 다른 변화를 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4페이지에는 국립민족학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홍두깨 다듬이인데, 다듬잇틀이 없고 다듬잇돌 위에 홍두깨를 직접 놓은 단순한 것입니다. 이것은 일본 다듬이의 첫번째@에 해당되니까 오래된 다듬이 형태를 그대로 남긴 것으로 보입니다.

 

 또 하나의 다듬이는 옷감을 개켜 다듬잇돌 위에 놓고 두드리는 것이며 넓다듬이라고 불립니다. 이것은 한국 시골에서 아직 남아 있지만, 다듬이로서 쓰이지 않습니다. 다듬잇돌은 툇마루에 오를 때에 밟는 디딤돌로 쓰여 있는 것 같습니다.

 

빨래와 다듬이의 상위

 한국 옛날 사진을 보았더니 여성이 냇가에 가서 옷감을 두르려 빨래질을 하는 장면이 많이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이것을 砧打(다듬이질)’라고 설명하는 경우가 있지만 이것은 오류입니다.

 

빨래는 낮에 옷감을 물에 적시면서 두드리며 더럼을 빼는 일이지만, 다듬이는 빨래질이 끝난 후에 빨래감을 집에 가져가서 밤에 다듬이로 두드려 마무리하는 일입니다. 빨래와 다듬이은 옷감을 방망이로 두드리는 모습은 비슷하지만 도구도 방법도 다릅니다. 빨래질은 약간 납작한 방망이 하나를 한 손으로 잡고 두드립니다. 한편 다듬이는 둥근 방망이 두 개를 양손으로 각각 잡고 두드립니다. 지금은 한국에서도 일본에서도 그 차이를 몰라서 혼동하는 경우가 많아졌나 봅니다.